"Urban Cliches(도회적 식상한 표현들)"

     for Solo Piano

 

     1.    Graffiti(낙서)

     2.    Monroe Wind(빌딩풍)

     3.    Long Drive(긴 운전)

     4.    Summer in the City(휴가철의 도시)

         5.    Skyscrapers(고층빌딩)

 

 

2019

 

연주 실황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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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Note

 

예전부터 예술가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자연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이 되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도시의 삶을 강요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그러한 예술과 자연의 관계가 무척이나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현대인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도시 생활을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업을 위해, 직업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여 살 수 밖에 없는 도시 생활이 오히려 현대인들에게 정서적 배경이 된다. 자연에서는 나무, 바람, 새소리, 햇빛 등이었다면 지금은 높은 건물, 아이들이 뛰노는 소음, 아스팔트, 자동차 등등이 예술적 영감이 된다.

 

Urban Clichés(도회적 식상한 표현들)은 큰 도시든 작은 도시든 간에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여러 도회적 정서들을 그려낸 피아노 모음곡이다. 21세기를 사는 도시인이라면 언젠가 어디에서인가 한 번쯤 느꼈을 만한 도회적 풍경들의 음악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Program Note for each piece

  

1.        Graffiti (낙서): 큰 도시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스프레이 낙서들은 도시 미관을 오염시켜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는 대표적 밴덜리즘(vandalism)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누군가 아무도 모르는 시간에 그리고 달아나고, 또한 경범죄로 처벌하고 새 페인트로 지워도 지워도 끈덕지게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는 이 스프레이 낙서에서 도시적 해학(witty)을 느낀다.

 

2.        Monroe Wind (빌딩풍): 벤츄리 효과라고 하는 공간과 유압 사이의 흥미로운 과학적 원리에 의해 발생하는 이 바람은 인위적 빌딩에 의해 자연적 원리로 발생하는 신비로운 현상이다.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는 마릴린 먼로의 스커트를 날리는 낭만적 도시 풍경으로도 사용되기도 하지만, 보통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이 바람은 자연 속에서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보다 더 차갑고 쓸쓸한 느낌이 든다.

 

3.        Long Driver (긴 운전): 처음 출발할 때의 흥분과 기대와 달리, 가도 가도 끝도 없이 연결되는 도시간 고속도로를 달릴 때, 우리는 무심히 지나가는 풍경과 여러 생각들의 파편 들이 스쳐가면서, 동시에 지루함과 졸음을 견디며 빠져드는 약간의 정신적 최면(trance)을 경험한다. 앤아버에서 시카고까지 끝도 없이 직진하던 I-94 W, 그 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 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4.        Summer in the City (휴가철의 도시): 대다수가 휴가를 떠나고 남겨진 황량한 도시, 그 달궈진 아스팔트만큼 더 뜨거운 도시에는 쓸쓸함이 있다. 헐거운 일정만큼이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집을 나서면 아무 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 없는, 이 뜨거운 도시의 여름날은 그렇게 무료하게 지나간다.

 

5.        Skyscrapers (고층빌딩): 대도시라면 그 도시를 상징하는 고층빌딩이 한 둘은 있다.  특히 야경으로 보는 고층빌딩은 정말 화려한 도시적 풍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고층빌딩 주변을 걸어 본 경험이 있다면 그 느낌이 사뭇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고층 빌딩의 실체는 보이지 않고, 그 규모에 비례하는 복잡한 교통난에 시달리며, 큰 건물만큼이나 복잡한 입구를 찾아 끊임없이 발길을 재촉해야 하는, 불친절하고 무정한, 심지어 위협적인 큰 덩치에 불과하다. 당혹스러운 아래 층과 달리 멀어질수록, 또 높아질수록 아름답게 빛나는 고층빌딩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근거 없는 낙천주의적 희망을 주기도 하며, 동시에 불쾌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는 아이러니 덩어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