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풍경

2020

 

연주 실황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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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시 도종환

 

쓸쓸한 지 오래되었다

 

들 끝의 미루나무 한 그루

내 안에 혼자 서 있은 지

오래되었다

 

나뭇잎 무수히 떨리는 소리로

낯선 산기슭 떠도는 지

오래되었다

 

언덕의 나무들을 만나도

그 중 쓸쓸한 풍경만 만나고

강줄기를 따라 가다가도

시린 저녁 물빛 옆에서만

오래오래 머물렀다

 

서산 너머로 달이 지듯

소리 없이 사랑도 저물면서

풍경의 안에서고 밖에서고

쓸쓸한 지 오래되었다